새벽 강 - 나영자
하루의 낮과 밤을 섬으로 떠 있었다
하얗게 누워 있는 남이섬의 새벽 강
새벽 강은 하늘이 내려앉은
허공의 자락 같은 빈 마음이어라
초가을 짧은 별에 몸을 보태어
가을행 열차를 탄 단풍 같은 친구들
건너온 세월의 언덕을 넘는다
돌아오지 않을 서러운 꽃잎 날리면서
이토록 맑은 날 신의 축복이 있을 줄이야
물안개 젖은 눈시울 위로
어딘가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을
그의 숨결이 바람을 몰고 온다
밀고 당기고 엇갈리며 살아온
희망들이
그리움으로 줄줄이 남아
내 안을 몹시도 타게 하는 새벽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