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가 2 - 박정은
살아온 날들이
운명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수많은 시행착오로 잃은 것도 많은
나의 황혼.
할 수 없이 시대의 외톨이 되어
칩거 중이어도
산은 변함없이 어진 동반자.
문 열고 나서면
달리는 푸른 산들
북한산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햇빛 받아 반들반들한 만경대가
나를 부른다.
어제는 물 소리가 반가운
봄날의 천변 풍경
오늘은 소귀(牛耳)닮은 봉우리
마주보며 걸으면서 새벽을 열고
오래 전 좋은 친구들은
거의 이승을 떠나
조금 쓸쓸하기는 하다만
저 산들이 있어 덜 외롭다.
비록 천지에 속기(俗氣) 가득하고
배반의 무리 기승을 부려도
내게도 이리 푸르른 날이 있으니
사는 날까지는
살아야지…….
저 산 바라보며
의연하게 살다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