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고물상의 사기(史記) - 심은섭
렌즈가 깨진 아현동 210-737번지
고해성사를 끝낸
알몸들이 앉아 있다 무덤을 지고 가는
달팽이도 있다
귀 잘린 종이상자가 하얀
결로 일어선다 그 안에
폐허가 된 도시가 보인다
몰려오는 허리통증, 허리를 받치고 있던
곡선 접의자
흰 뼈를 드러내며 속도를 내던
폐타이어
어릿광대를 닦아 주던 늙은
트럼펫
빈 술병의
휘파람 소리도 들린다
알몸들을 곁눈으로 바라보던 동사무소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켜온 고물상
등굽은 저녁마당에 깨진
오토바이
백미러 속에 갇힌 수많은 석양
"지는 것도 빛이 있다"며
눈부신 빛을 뿜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