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 - 김해빈
우거진 창포잎에 얹혀
갈 길 찾아 볼까
묵은 느티나무에게 묻자
한 곳에 오래 살아서 알지 못한다 하고
연못 물 속에 물었더니
흘러 본 적 없다 한다
오십 년 쓴 가면 어디에 버릴까
다도원에 올라서니
이름 모를 새 소리
나무그늘을 맴돌아 동석한다
향주는 메밀차 맛이 좋다 하고
나는 작설차 향이 좋다 하고
숲을 흔드는 바람과 함께
찻잔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풍경 소리
바람에 이는 차향 따라
옷자락 거두며 떠나려는 스님
발걸음에 묻어
갈 길 찾아 볼까
봉선사에 버리려던 가면이
창포잎 흩날리며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