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벽길 - 임기춘
아직 어른거리는 달빛
그 곁 아물거리는 꽃별 몇 개
어둠의 문 열릴 때
한 발 한 발
경건에 엄숙을 다할 하루의 시작이다.
여직 등지 떨치지 못한
둔탁한 머리
덜거덕거리는 무거운 신발
두두룩한 눈두덩은
새벽이라 해도 좀 이른 듯
그래도 멀리 쓱쓱 대는
허름한 아저씨의 아침 소리.
안개에 묻혔나
등(燈)에 붙들렸나
10분, 20분,……
동전 굴리다
조급에 쏠리던 때, 나의 16번 버스 멎는다.
이젠 거침없다
그러다 힘들면 가끔씩 쉬면서 달려도
민망한 전라도 가락에
흥이 지나칠까 싶다.
고즈넉한 언덕에 안기니
시드는 별빛 위로
태양은 솟아오르고
나는 또 어제보다 조금
높은 오늘의 탑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