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궁 寂滅宮 - 이희철
허물을 벗어두고 어디 갔나
참 희한하네, 눈도 더듬이도
부직포처럼 엉겨 달라붙던
미세한 발톱도 고요히 벗어두고
너는 어디에 갔나
한 발 한 발 찍어가듯 기어올라
엄지만하게, 일순日瞬
걸어 내어둔 적멸궁寂滅宮
바람이 아니고서는
원, 세상에 빛발이 아니고서는
한 치도 발 들여놓을 수 없어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하는데
마음에도 피가 도는 것인지
아, 밥물같이 말라버린
저 허공의 막에서 듣는 은빛 아우라
이희철 시집"물방울에 길을 묻다"[문학의 전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