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갇힌 어머니 - 이민화
어머니 장롱에 갇혀 사시네
아들 여섯 딸 둘 낳아 아랫배가 쭈그러진 여자
오동나무 지천인 뒷밭에 자식들 집 한 채
일으키려다 아랫도리 모래가 된 여자
나물 캐다 비탈길에 미끄러져 낙타 등이 된 여자
이젠 오동나무 안에 갇혀 사시네
눈 오는 날, 통나무 쪼갠다고
한 쪽 팔이 휘어진 여자 밤이면 밤대로
이불홑청 꿰맨다고 한 쪽 눈이 희미해져
세상이 반쪽만 보인다며 반쪽 말만 믿던 순진한 여자
어쩌다 아들이 온다는 기별이 오면
밤새 가래떡 썬다고 손바닥에 물집 짓는 여자
이젠 오동나무에 젖을 물리고 계시네
어머니 하얀 모시적삼, 젖을 철철 흘리네
옷고름 필요 없는 보라빛 오동꽃이
거미줄처럼 피어나네, 가없는 사랑
장롱에 갇혀서도 쉬는 날을 모르네
*유홍준 詩 「어머니 독에 갇혀 우시네 」패러디parody함
이민화 시집"화몽"[현대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