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마술사 - 양희순
씨앗은 땅을 나오면서 고개를 가웃거린다
온몸 물음표가 되어 푸른 질문을 던진다
대답 못하는 당신 향해 아나, 쑥떡을 먹인다
그리고는 마녀처럼 머리를 반으로 나누어
작 짝 짝 신나게 박수를 친다
당신이 박수 소리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
소매 안에서 슬쩍 비둘기를 꺼내 날리는 마술사처럼
새싹은 손바닥 안에서 스윽 꽃대를 뽑아올린다
당신이 한 눈 파는 사이,
씨앗은 햇빛과 바람과 물을 흙에 잘 버무려
웃음 같은 얼굴 하나 당신 코앞에 들이민다
잘 보셨나요? 그럼 이만 안녕, 안녕,
내년에 또오...하며 씨앗이
제 향기를 뭉텅 잘라 허공에 던지고 간다
/양희순/충남 금산 출생 / 시와정신으로 2003년 등단./
"시선 2007년 겨울호"[시선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