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송기원
처음에는 노랫소리인 줄도 몰랐습니다.
끊일 듯 말 듯 가냘푼 소리 하나가
다른 소리에 잇대어지고, 그렇게
또 다른 소리에 닿더니
가로등 아래 드디어 노랫소리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코 클 수 없는 미약한 소리들이 모여
저렇듯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 내는
노랫소리는 그대와 나에게 무엇일까요.
노랫소리는 잠든 거리를 뒤덮고, 강과 숲을 뒤덮고
마침내 이 흉흉한 밤까지 뒤덮으며 빛나고 있습니다.
저리도 무수한 사람들을 흉몽으로 뒤척이게 하던
살육의 밤까지도 뒤덮으며 넘치고 있습니다.
그대는 저 노랫소리의 어디쯤에서 빛나며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지요.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시 100"[실천문학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