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아래 같은데 - 문태준
겨울 아침 언 길을 걸어
물가에 이르렀다
나와 물고기 사이
창이 하나 생겼다
물고기네 지붕을 튼 살얼음의 창
투명한 창 아래
물고기네 방이 한눈에 훤했다
나의 생가 같았다
창으로 나를 보고
생가의 식구들이
나를 못 알아보고
사방 쪽방으로 흩어졌다
젖을 갓 뗀 어린 것들은
찬 마루서 그냥저냥 그네끼리 놀고
어미들은
물 속 쌓인 돌과 돌 그 틈새로
그걸 깊은 데라고
그걸 가장 깊은 속이라고 떼로 들어가
나를 못 알아보고
무슨 급한 궁리를 하느라
그 비좁은 구석방에 빼곡히 서서
마음아, 너도 아직 이 생각에 살고 있는가
시린 물 속 시린 물고기의 눈을 달고
-「시향」 2006.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