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에 걸린 정육점 - 정끝별
사랑에 걸린 육체는
한 근 두 근 살을 내주고
갈고리에 뼈만 남아 전기톱에 잘려
어느 집 냄비의 잡뼈로 덜덜 고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에 손을 턴다
걸린 제 살과 뼈를 먹어 줄 포식자를 깜빡깜빡 기다리는
사랑에 걸린 사람들
정거장 모퉁이에 걸린 붉은 불빛
세월에 걸린 살과 뼈 마디마디에
고봉으로 담아놓고 기다리는
당신의 밥, 나
죽을 때까지 배가 고플까요, 당신?
--『삼천갑자 복사빛』 2005.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