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횟집 - 김경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 놓고
일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 알들이
생선을 열면 꽉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불러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둘러앉아
사발 가득 맑은 물빛들을 주고 받는다
오광수 엮음"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