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소리 - 문인수
그 집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만 지었다.
할아버지, 점심 때 집에 왔으나 할머니가 아직 오지 않아
대강 챙겨 자시고 다시 부지런히
경운기 몰고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아랫마을 갔다가 부랴부랴 집에 와 보니 에고, 이 양반
맹물에 밥 말아 그냥
밥 떠 넣고 장 떠 넣고 한 눈치, 할머니 못내 속이 상해서
쯧, 쯧, 평소처럼 일거들 요량으로 한참 걸어 밭으로 나갔다.
할머니, 와락 달려들어 영감! 영감님을 얼싸안아 일으켰으나
119 구급차가 도착햇을 땐 이미
숨을 거두어 묻은 흙 묵은 손.
"오늘 아침엔 경운기 시동이 참 잘 걸리네요." , "그래, 기분이 좋구만."
별다른 뜻이 없어도 오래 아프게 된 이 말,
송사에 답사, 상가엔 꼭 상복을 입은 이별장면, 별사가 따로 있다.
무쇠팔 경운기 모는 소리도
먼 길 소실점처럼 이랴, 이랴 ‥‥‥멀어져간다.
2007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식당의자"[중앙일보,중앙 book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