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 김록
나무는 잠시 그늘을 보여 주었다
한 그루 침묵을 심으신 대지에 둘러싸여,
무성한 잎들이 더 사납게 새침 떼는 것은
아뇨, 난 그런 말 알지도 못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한 끝에
역시 그럴듯한 생각아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시무룩해졌다
한 그루 생각을 심으신 바람에 둘러싸여,
무성한 잎들이 아까보다 더 사납게 새침 떼는 것은
내 생각이 맘에 드냐는 말에
아뇨, 난 그런 말 알지도 못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했다
나무는 해를 기다렸다가 그늘을 바싹 구워 버렸다
아무래도 나무는 내 입까지 먹어 치우고 있다
아무래도 나무는 차근차근 내 가슴을 뜯어먹고 있다
아아 그래서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렸구나
김록 시집 "광기의 다이아몬드"[열림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