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마는 - 이성부
많이도 왔다 조항산 정수리에서 돌아보니
내가 오르내린 산들 너무 많아 슬프다
걸어온 길 다 무엇인가 느리게 간 한나절
또는 짧게 가버린 시간들 다 무엇인가
가야 할 먼 산 먼 길 바라보니
너무 많아 슬프기는 매한가지
눈시울부터 힘이 돋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 발길이 가다가다 머무는 곳은
새로운 것들이 나를 찾아와 펼쳐 보이는 세상
아직 나타나지 않은 풍경을 찾아서
슬픔을 따라가는 내 발걸음이 이리 가볍구나
새로운 길이 나도 모르게 나를 지나쳐서
내 과거 속으로 멀리 달아다는 것을 본다
ㅡ『애지』2007.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