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그리고 개울 - 김지향
멀리 갈밭에 얼굴을 넣고
둑길 하나 붉은 댕기처럼 나풀나풀 가고 있다
한낮 내내 오르내리며 미끄럼 타는 아이들 발길에
등덜미가 빤질빤질 닳아있는 둑길 옆구리
밑창이 드러난 개울 속 헤엄치는 올챙이를 따라
첨벙거리는 아이들 말아 올린 바지가랑이 사이로
물질경이 몇 잎 파란 손을 흔들고 있다
잠자리채를 들고 바람을 타고 가는
아이들 잠자리채 속엔 파란 하늘만 담겨
팔랑팔랑 오지랖에 가을을 넣고 달린다
이 한 장의 단조로운 풍경을 깔아놓고
가을날은 느릿느릿 가다가 저문다
ㅡ『계간문학』2006.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