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공 저녁해 - 문덕수
소녀 황진이의 나풀거리던 빨간 댕기
혹은 열두 발 상모 꼬리의 길디긴 빛띠를
저녁 호수에 휙 던져 마법을 흔드네
한강 하나 끼고 와서는 꼬불꼬불 내려놓고
신화의 산허리인 양 난지도 서쪽 지평을 돌며 내려갈 때
금와를 따라와 입궁入宮한 우리 미스 유화柳花님 낳으신
닷되들이 알 만하네
지금 저기가 어디쯤일까
한강의 서해 어귀 강화도 마니산 정수리
바다 건너 황하黃河를 거슬러 그 상류 어느 곳 숫구멍
타크라마칸 사막의 낙타길 끝
아니면 명사산 등성이
월드컵공원 위
지금 세계4강 황금공 새빨간 저녁해야
ㅡ『시향』2006.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