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山 뒤에 두고 - 이성부
찬바람 벌판 어둠 끝에서
혼자 걸어오시던 이.
한마리 학처럼 목이 길게
느릿느릿 걸어오시던 이.
그 큰 두팔로
이 고장 사람들의 슬픔을 껴안으며
이 고장 사람들의
희망을 어루만지던 이.
넓은 가슴으로 어깨로
이 고장 사람들과 함께 승리했던 이.
저 들판 적시는 영산강만큼이나
넘치는 사랑 그 안에 담고 있던 이.
오늘은 근심걱정 다 마감하고
훌훌 손 털고
다시 그 벌판 혼자서 걸어가시네
빈山 뒤에 두고 가시네
이성부 시집"빈山 뒤에 두고"[풀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