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 김종성
어린순 고사리 줄기 만한
복분자 묘목 열 아홉 주를 심는 날
합죽선 살처럼 펼쳐지는
영롱한 햇살
물수제비 뜨는
향기 짙은 초록 바람 속에
청아한 노래 뽑는 노란 부리
노고지리 날개를 쫓아 비행하는
가슴에 품는 꿈의 씨앗
물관을 타고 오르는 수액으로
속살 채우며 자라는 덩굴
나신(裸身)으로 내려온 햇볕
부드럽게 부픈 애기집에 자리잡아
잉태한 복분자열매
초유(初乳)를 준비한 유두(乳頭)처럼
검게 익으면
정갈하게 씻어 준비한 독 가득히
복분자술 담가두었다
술 익는 냄새 맛나게 나는 날
그리운 사람의 얼굴들
사랑의 이름으로 불러모아
향긋한 술독 열어놓고
빗장 걸린 내 가슴을 풀어헤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