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통조림 - 안효희
금정산성 남문 마을 내린 햇살이
참새 때로 조잘거리는
햇살, 햇살 내 몸에 담는다
덜컹거리던 겨울, 풀잎 아래 묻고는
뭍으로 올라온 인어처럼 눕는다 길게
파릇파릇 오후가 쿡쿡 옆구리를 찌르자
바늘 같은, 유리 조각 같은 것 쑥쑥 빠져 나온다
발가락에서 발가락으로
배꼽에서 배꼽으로 퍼지는 간지러움
나른해지는 느낌표 같은 힘빼기!
봄은 경운기를 타고 들길을 돌고
온 몸 졸음으로 말랑말랑해지는 나는
햇빛, 햇빛 통조림!
안효희 시집"꽃잎 같은 새벽 네시"[한국문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