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점촌 터미널에서
신기섭
두 노인이 서로 마주 보고 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록 입술을 봉오리처럼 봉긋 다문 채
손가락을 움직여 나누는 대화지만
손가락이 목소리를 내지만
그렇지만 어떤가
저 담 너머 플라다너스 빈 가지들 또한
두 노인의 앙상한 손가락같이 쌩쌩- 휘날린다
눈 털어 날린다
노인들 곁을 지나는
여자의 등에 업힌 아이가 자꾸만
눈을 깜빡이며 뒤돌아본다 붉어진다
이 뻣뻣한 웅성거림 속에서
저 노인들은 고요하다
부드럽다
향기롭다
대화를 접은 손가락으로
눈을 씻으며, 그러나 한 노인만이
가르랑대는 버스에 오른다
남은 노인도 매한가지 눈을 씻으며
눈을 씻는
손가락 끝의 반짝임이 아, 속삭인다
(안녕)
신기섭 시집 "분홍색 흐느낌" [문학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