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은 곳 - 최문자
나무는 죽고 싶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꾹 움켜 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 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2007년 1~2월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한국문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