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윤석산
오뉴월 꽃그늘이 드리우는 마당으로 우체부는 산골 조카의 편
지를 놓고 갔구나, 바람 한 점 흘리지 않고 꽃씨를 떨구듯.
편지는 활짝 종이등을 밝히며 서로들 파란 가슴을 맞대고 정겨
운 사연을 속삭이고 있구나
찬연한 속삭임은 마당 가득한데, 꽃씨를 티우듯 힌깁을 뜯
으면 샘재봉 골자기에 산딸기 익어가듯 조카는 예쁜 이야길 익혀
놨을까.
모두 봉투에 숨결을 모두우며 꽃내음 흐르는 오뉴월 마당으로
「 석 산 이 아 저 씨 께 」
아, 조카가 막 기어다니는 글씨 속에서 예쁜 이를 드러내고 웃
고 있구나.
(1967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