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에서 - 김중식
닭의 날개를 잘라도
병아리는 날개를 달고 태어난다 그것을
닭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말하겠지만
새벽이 오면 어김없이 밤이 또 오는 것
닭은
날개가 달렸으면서도 날아가려 하지 않고
날지도 못하면서 감히, 날아가고 싶어하지 않고
지 피를 토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는 새벽 앞에서 경계 경보를 울리다가
똥구멍에서 목구멍까지 공습당하고
아무리 자유를 외쳐도 닭을 낳는다
알을 깨고 나온 닭은
알을 깨고 나와야 할 더 많은 알만 낳는다.
김중식 시집"황금빛 모서리"[문학과 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