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와 벽 - 박찬선
나의 길은 절벽이다
깎아지른 숨막힌 암벽이다
인공 위성이 찍은 큰도시의 시가지처럼
얽히고설킨 배배 고인 실타래처럼
내가 오른 길이 혼란스럽다
가까스로 손을 내밀어도 잡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내기 위한
거친 숨결의 헝클어진 몸짓으로 남는다
안간힘을 다해 푸른신호를 보낸다
줄줄이 어긋매기로 푸른등이 달린다
숨통이 막힌 무채색 광장에
펄떡펄떡 맥박을 뛰게 하는 억센 집념
푸른 옛성안에는 잠자는 가구들뿐
우리 사는 길이나 자라온 길이 다를 바 없다
잔잔한 잎새들의 노래는 하늘에 닿고
얼굴 감춘 벽은 푸른바다를 이룬다
벽이 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