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의 女子 1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의 모자다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그만 女
子, 그 한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
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
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
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
子, 詩集 같은 女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
행한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
림자 같은 슬픈 女子.
오규원 시집"사랑의 감옥"[문학과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