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 나기철
나날이 귀가 자란다.
귀가 자랄수록 거리에서 들었던
자음들은 모음들을 만나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와 내 몸 속에서 떠돈다.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풍경조차 모자를 눌러쓴다.
귓속에 든 소리들이 쥐를 낳는다.
쥐는 지푸라기를 모으고
지푸라기는 길을 낸다.
커지는 귀를 움켜쥐려
모자를 눌러쓰다보면
넓은 대로도 귀 안에 갇힌다.
쥐똥과 지푸라기들로 난장판이 된
귀에서 낯선 세상은 자꾸 태어나고
수다는 길게 이어진다
전기철 시집"아인슈타인의 달팽이"[문학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