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 장인수
학교는 유리창이 참 많은 건물
종종 뒷산의 산새들이
학교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유리창에 숨어 사는 뒷산 때문이라고도 하고
발효한 산열매를 쪼아먹고 음주비행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새가 되고 싶은 유리창의 음모라는 풍문이 설득력이 있다
유리창에는 새의 충격이 스며 있다
유리창은 종종 깊은 울음을 운다
비가 올 때는 열 길 스무 길 눈물의 계곡이 생긴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는 다시 살아나
유리창을 마음대로 통과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산맥과 달님도 마음대로 뚫으며 날아다닌다고 한다
장인수 시집"유리창"[문학세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