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 - 맹문재
이력서를 낸 곳에 시외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
면접 보러 가는 길
내 이마를 툭 치는, 그것
내게 한마디 하려고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나는 비로소 그것이
들판 가득하게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살아 있는 것도
새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도
도랑물을 타고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
그것, 꽉 지고 있자니
어느새 내 손바닥은 눈물로 홍건하다
맹문재 시집"책이 무거운 이유"[창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