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문(花紋)들 - 손창기
국화빵 가게는 겨울에도 꽃이 핀다
비닐 하우스엔 폐타이어 몇 개 동여 놓고
이슬방울이 송이송이 맺혀 있다
아내와 교대를 하는 남편이
먼저 피어난 반만큼의 화로에서
활짝 핀 꽃들 손가락으로 말해 주었다
모든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저 손가락들,
덜 핀 꽃들 온기 뒤집어 주라고
꽃잎 스칠 땐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말 못하는 목젖 아래에도
꽃문양이 새겨질 수 있다는 걸
하얀 봉지 안에 수북이 담아온 국화빵
그 향기로 뜨끈하게 전해온다
조금 전 마이너스 통장 금액 연장으로
아내와 난 마음 하나 맞추지 못하고
실랑이질 벌이다가 문득
사내가 디디고 간 자리마다 꽃무늬 보도블럭이
마구 구워져 나오는 걸 보며 한겨울
땅속에도 분명히 연탄불이 있을 것이라고
함께 고개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