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손을 뻗다 - 허수경
담장에 넝쿨 하나
고요하게 손을 뻗어
담장을 만진다
새 잎 하나 온다
담장은 제 몸에
새 생명 하나가 고요하게
손을 뻗는 것 모른다
이 지구에서 많은 종이
새로 생겨날 때도
혹은 사라져갈 때도
그 어머니인 지구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마무것도 모르는 어머니
그런 존재인 어머니
고요하게 손을 뻗는 새끼들을 그냥 모른 체하세요
허수경 시집"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 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