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김사인
산모퉁이 잡초 욱은 길로
땡볕 맞으며 가네 흙투성이 늙은이 하나
황소 한 마리
새소리도 없네 바람 한 점 없네
발 밑엔 푸석한 먼지
저 풍경, 아무도 말하지 않네
실한 팔다리들 다 어디로 가고
이 빠진 늙은 것들만
기침에 넘어오는 가래를 우물우물 되씹어 넘기네
말하는 이 없네
세월은 홀로 저만큼 앞서가고
금간 사발 몇 개 남아 있네
땀 흘러
헤진 샤쓰는 등에 붙었네
김사인 시집"밤에 쓰는 편지"[문학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