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준
가을이 오고 있다 -
노곤하게 데우고 살아온 여름이었습니다
사는 게 그런 거라고
부글부글 끓어 넘칠 일도 있는 거라고
보이는 만큼씩 길을 내며 살아가는 거리고
알 게 모르게 즐기고 살았지요, 하지만
누가 안개 같은 한숨이
끈이지 않게 나오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곧 말 못할 사연들을 잘라 낼
콱 찬 팔월, 나무 잎사귀처럼
불 켜 놓은 걸
잃어 버리고 놓아둔 주전자의 물처럼
나의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알 수 없습니다
또다시,
알 게 모르게 살아갈 나의 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