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확.2 - 최서림
옛것은 새것보다 더 새것이다.
세월이 이끼로 거무스름 눌러 붙어 있는 돌,
오래오래 흘러와서 새로워진 물이
하늘모양 둥글게 담겨 있다
돌을 갈아 거울로 만들던
아름다운 시절의 가을 하늘,
눈 시리게 거꾸로 잠겨 있고
천 년 전의 새털구름,
무심히 떠서 흘러간다
광화문 사거리, 시간도
미끄러져 내리는 철제빔 빌딩 안에
태초로부터 떠내려 온 생이가래
개구리밥이 떠있는 돌절구 하나,
몇 백 년의 시간을 제 아능로 삭이고 삭인 옛것이
새것을 더 새것으로 품어내고 있다
-현대시학 2006.8.-이달의 작품(서정시학2006 여름호) [현대시학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