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에 절하다 - 함순례
아버지를 묻은 이곳은 돌밭이었다 오이 딸기 주렁주렁
열리던 감자꽃 쇠뜨기 바랭이 돌날에 찔려 징징거리는 날
이끌고 심으신 감나무 일천만사 아버지의 속울음 같은 구
름 뭉실뭉실 흘러간다
아셨을까
아버지, 알아채신 걸까
안아 올려 감나무 아래 세워 놓으신다
붉은 홍시 떨구어 주신다
살아 생전 척박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한 바닥 밭 고스
란히 내게로 넘어왔음을 뼈아프게 주워드는, 고랑 속! 돌
소리 자글자글하다
함순례 시집 "뜨거운 발" [애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