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구두 - 박천서
오늘을 끌고 가는 상념을 따라
오래된 구두 뒤축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삶의 질곡에 밤과 낮
자갈길도 휘어진 비탈길도
묵묵히 따라오는 줄 알았더니
언제부터인가 살갗이 갈라지며
답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칭얼거려도 무시당하는 것이
없는 놈이 팔자라며 타이르고
비오는 날 발끝을 세워도
질퍽한 양말 울음앞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앙다물고
손가락 헤아리며 날짜를 잡았지만
쉬 지켜지지 않는 신음소리
지친영혼 선술집 찾아들어
행여 누가 볼세라 구석진 자리
감추어보는 내 안에 근심
닳아빠진 구두 뒷굽 속에 들어앉은 사내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