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 박정원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사람
가까이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
그러나 볼 수 없어 차라리 다행인 사람
너무 멀리 있어 오히려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
내 마음의 하얀 눈을 밟으며
눈의 눈물을 빨간 코트깃에 묻고
사랑하면서도 용서를 구하는 사람
한 번 본 적도 없는데 매일 밤
별빛으로 쏟아지는 사람
옷깃 한 번 스치지 않았는데
칼바람을 자르고 포근한 눈으로 내리는 사람
옆에 있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내 마음을 적시는 사람
조그마한 배 한 척을 띄우고
먹구름이 낄 때마다 가슴 조이게 만드는 사람
책갈피 속 엉겨붙는 글자처럼 나를 울리는 사람
아파 졸아든 상처를 열어젖히며
내 슬픔을 가만히 묻어주는 사람
걷거나 앉아 있어도 안개비처럼 촉촉이 적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