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라지꽃 연가 - 최윤정
도시 변두리 두 칸 전세방에
올린 머리 내려놓고 돌아온 집
내 방은 전에 없이 어두웠으나
나는 어둠에 쉬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밤은 규칙적으로 왔고 또한 늘 머물렀다
담장 위 사금파리 사이로 동천이 푸를 때
샛문을 열면 하얀 뒤안이 버선발로 들어와
밤새 하강한 별들을 누이는 것이었다
너희도 두고 온 마음들 부여잡고
군데군데 멍울이 맺혔구나
어둠에 익숙해지려 안간힘으로 버텨온 날들
오늘 밤별들이 뒤안으로 쏟아지면
이제 그만 내 방에도 창을 내고
하얀 도라지꽃으로 피어 보리라
멍울 하나쯤 가진 사람과 사랑도 해 보리라
가슴에 멍자국 하나 없는 사람을 나는 사랑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