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찌개 - 김광선
냉동이 녹으면서 식은땀으로 흘려버린
육즙 없는 푸석한 살덩이가
제 맛을 우려내느라 쩔쩔매며 동동거린다
불콰한 국물 한 냄비 가득 일렁이고
곡예처럼 널을 뛰는 건더기들
비린 내장은 간데없고
머리도 없는 몸통만 굴러다닌다
허물어질 수 없었다 내몰리는 삶이라도
무거운 가방 왼손 오른손 번갈아 들며
양어깨에 걸쳐진 윗도리마저 버거울 때
삼거리 버스도 더딘 늦은 밤 적막
촉수 낮은 외등 빛은 동무처럼 희뿌옇게 서고
잘못 올라타 행여 다른 길로 접어들라
맨바람만 마른 흙 뒤집는 길
휘 오지 않는 버스를 묵묵히 기다린다
끓일수록 탁해진다 식을수록
비린내가 물큰하다 썰물처럼 모래톱
건더기만 쓸쓸히 드러난다 한소끔 끓어버린
질펀한 냄비 속 쇠스랑처럼 아슴한
등뼈가 하얗게 널브러져 있다 간신히
막차에 몸 실어 돌아온, 우물 하나 덩그러니
고개턱 낮게 걸린 하현달
누구도 찌개냄비 다시 데우려 하지 않는데
내일이라는 희망 명사는
푸르스름한 미명으로 게워내듯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