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박완호
아버지 내내 말이 없네
몇 년 만에 다녀온 종친회
무슨 설움 깊었는지
무거운 듯 내리 덮은 눈꺼풀 옴짝달싹 않고
담배만 거푸 피우시네
해마다 여름이면 깊어 가는 병,
이십 년이 지나도록 떨구지 못하고
상처처럼 새겨둔 아내 얼굴 탓일까
그토록 좋아하는 술 한 모금 못 마신 탓일까
제 심연에 갇힌 채
날개 꺾인 새처럼 돌아눕는
그의 마른 어깨가
한겨울 논바닥의 볏단 마냥 쓸쓸하다
온몸의 털을 다 뽑아가도 아파하지 않을
손주 녀석 장난해도 아랑곳없는
침묵 안.
낙엽 같은 상처 속으로
누구도 가 닿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