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물레 - 이재현
내 유년의 어머니는 밤마다 눈물과 한숨을 자아
그리움의 긴 강처럼 물레를 안고 돌고
장터에서 도는 취기로 아버지는 잠결 따라
출렁이는 바다와 알몸의 작은 목선을 봅니다
물보라 하얗게 밀려드는 파도를 여신 감으며
문틈으로 펄럭이는 달빛을 채어 올리며
어머니의 물레는 높새바람처럼 밤을 흐느낍니다
달빛 젖은 강물에서 은어 떼를 낚는 어부처럼
등잔불 심지를 치켜세우며 알 수 없는
근원을 찾아 한 올 한 올 잊혀진 전설을 찍어매며
어머니의 물레는 낮은 목소리로
영혼의 길을 따라 잠든 아버지의 거친 숨결을
자꾸만 걷어 올리며 돌아갑니다
보릿고개너머 허기진 묵정밭을 일구시던
당신의 가슴에 돌산 같던 아버지의 등허리도
그전 같지 않아 퍽 야위어 보입니다
긴 강이 흐르는 아버지의 곤한 잠속에서
물빛 꿈과 사랑으로 돌던 어머니의 물레는
영혼의 흰 뼈를 드러낸 채 낡아만 갑니다
이 아들의 풋잠 속 지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울어 지친 먼 전설처럼 그렇게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