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연가 - 박해옥
칡넝쿨 병사들이 돌격태세로 치오르는
잡풀 무성한 북향 받이 언덕
눈부신 미사보자락 사운 대며
하늘 향해 두 손 모은
청년예수의 순결한 신부여
여기도 삶의 적진이라서
무지한 손길들이 서슴없이 목을 조으지만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고통 없는 사랑이 어찌 아름답겠는가
얼룩하나 없이 하얗게 웃네
손때 묻은 모조품이 아닌
스스로 머금었던 결에 의한 아름다움이여
사랑을 알기 전엔
저들을 꽃으로만 보았더니
오, 청절淸節 의 꽃이여
이제서야 비로소 거룩한 사랑을 배웠네
감격해 울고 난 듯 가슴이 촉촉하다
연보랏빛 영혼 곁에
마음에 얹혀있던 짐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