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詩 - 이승부
나의 온유하신 주님,
밤새 노름판에서 눈이 시뻘개진
노름꾼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예수님이라니?
왜놈 된다며
학교에도 안 보내던 양반촌 들머리에
파락호 춘파할배가 어떻게
예배당을 세울 수 있었을까요.
나의 온유하신 주님,
천사운동을 들어보셨는지요.
1004명이 천만 원씩 성전 건축헌금을 내면
연옥에 갇혀 있던 우리들의 영혼이
화살처럼 천국으로 솟아오른다는
이 황당한 운동을 아시는지요.
짤랑 헌금함에 동전이 떨어지지 않으면
도저히 주님을 따를 수 없는 것인지요.
주술처럼 우리 목에 걸려 있는 면죄부,
그 속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도
바디칸의 벽화도 없답니다.
나의 온유하신 주님,
30층 성전을 드리지 않으면
내가 네 하나님이라 도모할 수 없다며
광야에서 소리치는
이 이상한 목사를 따라야 하나요.
자신의 뜻에 거슬리면
오, 맙소사! 당신의 이름으로
우리들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겨대는
이 목사를 계속
당신의 사자라고 받아드려야 하나요.
나의 온유하신 주님,
바라옵건대 우리가 도저히 내쫓을 수 없는 그를
당신이 품어주소서.
성전이라는 미명 뒤에 숨어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을 심판하는 그를
제발 당신이 불쌍히 여기소서.
세 치의 혀로 우리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이 목사 역시 당신의 귀한 어린 양이랍니다.
만에 하나 분별력 없는 우리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여
그를 교회당 밖으로 그를 내친다 할지라도,
당신께서 부디 그를 용서하시고 받아주시옵서소.
너희 몸이 성전이라 하신 이여,
이 도성에서는 이미 사라진 우화羽化의 꿈처럼
우리의 행복한 하늘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요.
사탄의 저주 속에
바벨처럼 쉼없이 올라가는 이 성채를
당신은 정말 받으시려는 겁니까.
나의 온유하신 주님, 목사 없는
교회에서 살고 싶은 저희들을 용납하소서.
* 춘파할배: 아내가 시집와서 가장 놀란 사실이 양반 촌 들머리에
우뚝 선 예배당이었습니다. 파락호였던 이 마을 춘파할배가 선교
사를 만나 개심,그동안 그가 피해 입힌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죄
하고, 열심히 농사지어 여러 해에 걸쳐 피해를 변상하였다고 합니
다. 그런 그가 大韓倻蘇敎長老會 蘇湖禮拜堂을 세우자 완고한 양
반들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인간 만들어 달라며
아이들을 맞기기까지 하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