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의 새들 - 고진하
새벽 명상을 하다 문득 天上에선 듯 쟁쟁하게 울려오는
새소리를 들었다 가는귀먹은 늙은 하느님,
쿨쿨 코골며 새벽 단잠을 즐기는 젊은 것들이야 듣건 말건
청정한 새벽 숲속을 울리는
소쩍새, 뻐꾸기, 찌르레기 구슬픈 울음 소리……그 사이로
가끔씩 웬, 맑은 은방울 굴리는 새소리도 들렸다
(저 새소리가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 藥이……?)
오, 그렇다면 올빼미 박쥐 굼벵이 등
어둠 속에서 퍼드덕거리며 꿈틀대는 진귀한 神樂들을
어렵사리 구해다 먹고도
肝에 달라붙은 암덩어리를 어쩌지 못해
싸리 가지처럼 빼빼 말라 죽어가는
그녀에게, 나는 왜, 저 은방울 굴리는 목소리로
차라리 그대 한 마리 새가 되어 푸드득 날아다오,
말해주지 못하고 새벽마다
징징 지렁이 울음 소릴 흉내내고 있는 걸까
아아, 그러나 나는
저 아시시의 聖者처럼 지상의 병든 새들을 불러
드넓은 가슴에 품어안지 못해도
내 얇은 귓바퀴에 소리의 화살이 되어 정겹게 날아드는
황홀한 새소리에 취해
어둡고 음울한 지렁이 울음 소리를 잠시 거둔
이 청정한 새벽 숲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