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고독 -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어
단단한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거대한 신들의 정의 앞엔
이 가는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제 살과 같이 떼어주며
결창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그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도
더 휘지 못한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슬한 자양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제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