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키가 자란다 - 편부경
배는 뜨지 않았다
바다를 보면 어디에고 네가 있었고
너는 보이지 않았다
도시를 어슬렁거리던 신발따위
섬에서는 없어도 좋았다
후박 푸른 잎 사이로 햇살이 들고
저 마다의 눈빛으로 팽창한
물빛이 반들거렸다
새벽 어판장 젖은 바닥에
허망해진 눈동자들이 뒹굴고 있었다
혹자는 무심히 그걸 밟고 또는
유심히 들여다 본다
긴 호스를 끌어온 말 없는 손이
오징어의 눈을 쓸어 담았다
등을 굽히던 일상에서
내일을 두려워 해 본 일이 있었던가
믿지 못할 눈을 부벼본다
수평으로 고개를 들면
지웠다 그려지는 먼 배
물너울이 싣고오는 키가 큰 바다에서
닿지 않는 생각을 물어뜯어도
그리운 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빈 손 안의 끔찍한 절망이 한움큼씩
식어 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