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 김생수
붉고 슬픈 것들이 뚝뚝 떨어진다
한 점 바람과 한 점 햇살도 없이
잎 다진 12월의 앙상한 가지에
저 차디찬 목숨의
붉은 열매,
행복한 각기우동 변소간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본
산수유 나무 빗긴 가지에
굽이굽이 취해온 십년이 어제련 듯
오줌 한 번 누면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오줌 한 번 누면
바람이 불고 잎이 나고
오줌 한 번 누면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고
오줌 한 번 누면
바람이 불고 눈발이 흩날리고
오줌 한 번 누는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해가 바뀌고
달이 뜨고 별이 졌다
*2004.12.20 충주 '행복한 각기우동' 변소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