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연꽃에 안기시다. - 정필자
한 생을
연꽃으로 피고 싶었던 어머니
진흙탕 속의 날들
피어나는 연꽃 사랑으로
뒤따라 가리라며 불볕 여름 보내놓고
가뿐 숨 몰아쉬며 손꼽던
볕 좋고 바람 좋은 날
그예 연꽃에 안기셨네
어느 날
소리도 없이 찾아온 병마
씨름하며 밤을 밝혀도
아침이면 솟는 햇덩이같은 열망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 되었건만
저무는 하루의 강엔
삶의 노래 잔잔히 흘러
풍경같은 시린 날들이 걸어들고
스쳐가는 얼굴 얼굴들과의 입맞춤
세월이 알고 길을 여네
그 길 따라
한 생의 징검다리였던 연꽃의 인연
빛으로 바람으로 흩어지며
봄빛 따스한 산란이
가을 무르익은 사랑이
겨울산 빗장 걸어둔 평안이
여름 나무의 푸름 속에 둥지를 틀며
당신의 모습을 새기네
잊히지 않을 영원한 노래로
사라지지 않을 영혼의 빛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