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花 - 랑승만
가을비 후둘기고 지난 뒤
꽃잎을 밟고 간 사나운 천둥 번개.
무섭게 무섭게 꽃잎을 뒤흔들고 간
말발굽소리 세상 밖으로 사라진
저 세상 밑으로 세상 밑으로 까마득히
갈앉아가는 눈이 먼 기쁨.
가슴 마구 쥐어뜯어 열어제치고
빨간 속살을 핥고 간 밤노을 저편
이 새벽
겨울 꽃잎에 돋아난
숨가뿐 석류꽃 핏방울 하나
가쁜 숨결.
새벽이 트며
꽃 앞에 무늬진 흐느끼는 물살 열병 같은 물살
가슴에 찍힌
당신 지극한 목소리
아, 이제사 아침도 기운데
사무친 치맛끈 여미며
꽃잎에 돋아난 부끄런 목숨 같은
눈망울 말간 이슬 몇 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