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弦 - 문정영
누가 걸어가다 지쳐 벗어놓은 한 켤레 신발인가
하늘에 한 짝
물위에 한 짝
어느 한 쪽이 떠내려가면 다른 한 쪽도 따라 떠내려가는
어느 한 쪽이 환하면 다른 한 쪽도 환해지는
그것이 그대와 나 사이에 늘 떠 있는 아스라한 슬픔인가
누군가 오래 입다가 벗어버린
육신의 한 짝인가
더 이상 세들 수 없는 生이 떠간다
어느 한 生이 무거워지면 다른 한 生이 가벼워지고
어느 한 잎이 시들면 다른 한 잎이 피어나는
그것이 하늘과 지상 사이에 떠 있는 불가피한 몸짓인가
신발은 신었을 때보다
벗어 놓았을 때 더 아름다워야 한다